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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물 등급 위원회, 문제는 무엇인가주저리 주저리 2011. 1. 10. 09:17
아이폰을 비롯한 본격 스마트폰들이 쏟아져 나온지 어언 1년. 그 동안 단순히 비지니스용, 조악한 인터페이스, 못 생긴 디자인에서 벗어나 풀터치, 높은 사양, 그리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스마트폰의 대세가 달라졌고, 어느 덧 길거리에서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각종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수없이 많은 유/무료 어플리케이션들. 하지만 국내 스토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국내에도 iOS를 시작으로 안드로이드, 심비안, 윈도 모바일 등의 다양한 플랫폼들이 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하는 것은 역시 iOS와 안드로이드.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의 기능을 완전하게 다 사용할 수가 없다.
서문
iOS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면, 일단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App Store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의 해외 스토어로 접속하면 완전 다른 세상이 열린다. 무궁무진한 어플리케이션들, 음원, 영화, TV 쇼 등등 제대로 된 iTunes Store를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무료 제품들도 끊임없이 올라오기 때문에 이것들만 골라서 받아도 상당히 쏠쏠하다.
현재 게임물 등급 위원회 (이하 게등위) 의 심의를 통과 하지 못 한 게임물은 출시가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분별하게 유해한 게임물이 난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게임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물을 이렇게 등급을 나눠서 표기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iOS의 애플과 안드로이드의 구글이 게등위의 심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두 업체가 오만방자하게 국내법을 무시한다 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두 업체 모두 동일했다. 애플과 구글 모두 스토어에 올라오는 컨텐츠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심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국내에 스토어를 오픈하려고 한다면, 그 동안 등재된 모든 게임물에 대해서 재심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2010년 10월 기준 30만개 (출처: Wikipedia) 가 넘는 어플리케이션들이 등재되어 있고, 누적 다운로드 수는 셀 수 없을만큼 엄청난 속도로 늘어가고 있는데, 이것들을 어떻게 심의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등록되고 있는 무한한 어플리케이션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심의 의뢰는 누가?
심의를 누가 받아야 하는지 역시 문제다. 스토어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애플에서 해야 한다면, 최소 30만개의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료를 애플에서 부담해야 한다. 국내 시장이 큰 것도 아니고, 일본처럼 애플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거나 매킨토시 판매량이 높은 것도 아닌 이 작은 시장에, 애플이 아니라 과연 어떤 기업이 친히 발벗고 나서서 그 비용을 다 부담하겠냐는 말이다. 그런데 만일 심의를 각각의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받아야 하는것이라면 더 어렵다. 개발자들 가운데에는 Gameloft 처럼 전문적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개개인이 손수 만들어 올린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일일이 통보하여 심의를 받을 것을 요청해야 하고 별도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누가 나서서 그렇게 하겠느냐 하는 점이다. 결국은 애플이 하든, 개발자가 하든 나설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현실
그런데 이렇게 끝날 한국 유저들이 아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이미 스토어들이 열려있는 나라의 계정을 별도로 만들고 신용카드로 해외 결제 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해외 스토어를 이용하고 있다. 그것이 자신들이 가진 디바이스를 십분 활용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외화를 벌어들여야 한다 어쩐다 말은 매번 신나게 떠들지만, 정작 소비자들로 하여금 밖으로 돈을 쓰게 만다는게 현실이다.
이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의 경우 어둠의 경로를 이용한다. 불법 다운로드, 해킹을 해서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일단 당장에는 무상으로 수없이 많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울지 모르나 해킹을 하는 그 순간 애플이 제공하는 1년 무상 제한 보증은 제로가 된다. 즉, 해킹하는 그 순간부터 A/S 가 안된다는 말이다. 계약에도 명시되어 있고, 실제로 iOS 4 부터는 해킹 후 다시 순정으로 돌아 오더라도 해킹한 흔적이 남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한가지 문제는 보안이다. 애플은 아이폰에서 구동되는 안티 바이러스 소프트웨어를 스토어에 등재 거부를 했을 만큼, 보안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당시에는 "아이폰 사상 최초 백신 국내 기술로 개발" 등의 엄청난 타이틀로 언론 플레이를 먼저 시작했지만, 정작 애플에서는 자신들의 플랫폼은 완전히 처리되고 있고 또 안티 바이러스 프로그램 설치는 시스템 성능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처럼 순정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이상 보안을 보장 받을 수 있지만, 어둠의 경로는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다.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
사례
2011년 11월 9일자 기사에 나온 내용이다 (보러가기)
게임 개발자인 정씨는 미국 등에 자신이 개발한 게임을 등록하는데 5분여 가량 인터넷으로 처리하고 끝이난 반면, 국내에 등록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서류 작성, 거주지 조사 등을 받아야 했다는 말이다. 이걸 보고 있으면 전형적인 한국식 탁상 행정과 형식주의가 떠오른다.
사장이라는 사람은 일단 검은색 고급 차를 타야 하고, 받들어 모셔야 하고, 내 관할 구역이 아니면 모르는 일이고, 나한테 피해가 오는 일이 아니면 나몰라라 하고, 윗사람이 한마디 하면 갑자기 벌벌 기면서 간이라도 빼 줄 것처럼 소인배 노릇하고, 여론이 안 좋아지고 윗사람이 뭐라고 하면 갑자기 그 동안 절대 안된다던 일들도 초법적 권한으로 일처리가 순식간에 되는 등의 일 말이다
이번 사건도 언론을 탔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처리가 될 지 사뭇 궁금하다. 하지만 순리대로 간다면, 안 되는 것은 끝까지 안 된다고 해야 하고, 된 다면 진작이 이미 일처리를 해줬어야 한다. 만일 그간 절차상 안 되는 일이었지만, 제도가 현실화 되어 가능성이 있다면 그런 내용 역시 공개적으로 밝히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여론의 등쌀에 떠밀려 어거지로 바뀌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대책은 없는것인가
자국민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공무원과 기업들이 항상 자국민의 편의와 안녕에는 뒷전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탐관오리들이 백성들을 쥐어 짜던 조선시대부터 끊임없이 지적되어 온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21세기에도 일어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
그렇다면 대책은 없는 것일까. 무턱대고 해외 업체의 분류 기준을 100% 신뢰하고 모두 개방하여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들의 심의 정책이 우리의 정서와 다를 수 있고, 실제로 분류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해외 업체들 역시 단순히 성인용 / 청소년용 이렇게 두 가지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단계로 나누어서 한다는 것.
출처: Wikipedia
애플의 경우 위의 그림에서처럼 4단계로 구분해서 분류를 하고 있다. 설명도 함께 곁들여져 있다. 아무리 국내와 해외 정서가 다르다고 해도, 적어도 4세 이상 이용가, 혹은 9세 이상 이용가 딱지가 붙은 컨텐츠의 경우 내용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어린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컨텐츠는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은 전세계 어느 누구라도 공감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9세 이상 이용가 라고 해서 내용이 유치하거나 순전히 어린이용이다 라는 것이 아니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이 전혀 없고,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거나 하는 식의 내용이 전혀 없음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Cut the rope.
만일 이 게임을 유해한 게임물로 분류한다면, 분류한 그 사람의 사고가 유해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이런식의 게임물들은 누가 봐도 분명히 유해성이 없다. 그리고 대체로 이런 게임들이 9세 이상 이용가 혹은 최대 12세 이상 이용가로 분류되어 있다. 이렇게 분류된 컨텐츠들을 우선적으로 별도의 심의 절차 없이 받아들인다고 한다면, 게등위 입장에서도 30만개가 넘는 어플리케이션을 일일이 심의할 필요가 없어지고, 애플이나 구글 그리고 개발자 입장에서도 적어도 일이 반절은 쉬워지는 일이니, 최소한 협의라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리고 나서 17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받은 프로그램들을 처리할 때는, 게등위가 수작업을 하든 뭐를 하든 그건 게등위의 몫이다.
마무리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것이 적합하든 적합하지 않든간에, 게등위를 비롯한 각종 정부 정책으로 인해서 우리나라 스마트폰 유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어떤 방법으로든간에 분명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며, 불필요하게 국내 사용자들이 해외 결제를 통해 남 좋은 일 시키는 것은 줄여야 한다. 이미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문제를 인식했고, 원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남은 것은 정부 기관이다. 그들이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그리고 조금이라도 고민하고 있는지에 따라 앞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바르게 자리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 된다. 공은 이미 소비자의 손을 떠나 관계자들의 손에 넘어 갔다. 부디 현실성이 있으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적절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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