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A 테스트 2009 그리고 어른들께 드리는 글 :: AMUSEMENT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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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ISA 테스트 2009 그리고 어른들께 드리는 글
    주저리 주저리 2010. 12. 9. 20:21
    우리나라는 아마도 전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그 만큼 다들 학교 이름에 목숨을 걸고 달려들죠. 예전에는 고등학생 부모들이 열을 올리면서 난리였는데, 이제는 영재 만든답시고 초등학생, 유치원생 부모들까지도 난리도 아닙니다.

    부모들의 교육열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이 아이답지 못하게 크면서 점차 시들어간다는 게 너무나 안타까워서 하는 말입니다. 또 부모를 그렇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오늘은 PISA 테스트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PISA란?

    PISA란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우리 말로는 보통 OECD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 이라고 번역합니다. OECD 회원국의 15세 아이들 (의무 교육이 끝나는 시점) 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그리고 과학 성취도를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2009년 결과가 나왔습니다.

    출처: Spiegel.de (독일 사이트 입니다)

    가장 먼저 읽기 능력입니다.


    우리나라가 1위, 그 다음으로 핀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호주 등의 순으로 내려가네요-




    다음은 수학입니다. 역시나 우리나라가 또 1위입니다. 한국, 핀란드, 스위스, 일본, 캐나다 순으로 내려갑니다.



    마지막으로 과학입니다. 핀란드가 1위, 일본이 2위 그리고 우리나라가 3위. 이후 뉴질랜드, 캐나다 등이 랭크되어 있습니다.


    일단 국제 테스트에서 매우 높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축하할 일입니다. 정말 대단한거죠- 하지만 동시에 매우 씁쓸해 지는 조사 결과입니다. 왜 그럴까요-


    먼저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다른 나라와 점수가 얼마나 차이나는지, 최 상위권 국가들과 비교를 해 보겠습니다-

    읽기 능력

    한국 539
    핀란드 536 (-3점)
    캐나다 524 (-15점)

    수학

    한국 546
    핀란드 541 (-5점)
    스위스 534 (-12점)

    과학

    핀란드 554 (+15점)
    일본 539 (+1점)
    한국 538

    이런 결과를 보여줍니다. 물론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안타까울까요-

    다음의 기사 내용을 마저 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것입니다.


    오후까지 학교에, 저녁에는 학원에, 밤에는 숙제-

    조상희(15)는 9학년생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학교 3학년이죠) 자유 시간은 거의 없다. 상희는 7시 경에 일어나서, 대략 한시간쯤 후에 교실에 앉아있다. 오후 3~4시까지. 일주일에 두번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 학원 (Bildungsfabriken: 여기서 Fabriken은 공장이라는 말입니다. 학원을 공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 학원이 7만개 이상이 있다고 하네요) 에 간다. 절반가량이 상급 학교 혹은 대학교 진학을 위한 준비를 한다. "밤 10시쯤 학원 끝나고 오면, 집에서 대부분 숙제를 합니다" 라고 상희는 하루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요일에도 학원에 간다.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시간표 상에 있는 논술 학원에 간다. 다른 날에는 수학 개인 교습을 받는다.

    개인교습은 비싸다. 많은 가정에서 이를 부담할 수 없다. 학원에서 배우는 것도 과목당 월200~300유로 가량 한다. 시험 기간에는 - 한 학기에 중간고사와 기말 고사가 있는데 - 학원에서는 주말에 별도의 추가 코스를 제공한다. 그럼 상희는 자신과 친구들을 위한 시간은 전혀 없다. 이 15살의 아이는 이후 고등학교 과정을 위해 새벽 2시까지 공부를 한다. (이하 생략)


    일부 내용은 독일어 - 한국어의 특성상 완벽히 일치 하지 않을 수 있으나 의미상의 차이는 최소화 하도록 했습니다.


    한가지 더 보시죠-


    -----------------------------------------------------------

    우리나라는 공부하는 시간으로 따지면 아마도 전 세계에서 따라올 수 있는 나라가 몇 없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들에게는 노는 시간이 없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도 극히 적으며 막상 나와도 할 게 없는 게 현실이죠. 이러니 PC방 등을 돌게 되고, 그 안에서 인터넷을 통해 무 분별하게 널린 각종 유해물들을 접하게 됩니다.

    교육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바로 위에 있는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핀란드 대비 우리나라는 약 3배 가량의 시간을 투자합니다. 각종 학원, 개인교습, 인터넷 강의 그리고 이제는 나라에서 장사하겠다고 나선 EBS까지-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고, 아이들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다 빼고 오로지 긋기 (밑줄 긋기) 만 배우면서 자라납니다.

    그런데 이번 PISA 결과는 어떤가요?

    읽기 능력

    한국 539
    핀란드 536 (-3점)
    캐나다 524 (-15점)

    수학

    한국 546
    핀란드 541 (-5점)
    스위스 534 (-12점)

    과학

    핀란드 554 (+15점)
    일본 539 (+1점)
    한국 538

    읽기 능력은 2위 핀란드 대비 고작 3점 앞섭니다. 수학도 2위 핀란드 대비 5점 앞서네요. 과학은 그나마도 1위 대비 15점 부족하고, 2위 일본에게는 1점 차이로 밀립니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밀린다 앞선다를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핀란드 대비 3배 가량의 시간을 투자하고, 학원 보내고, 과외 시키고, 문제집 시키고, 인터넷 강의 듣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EBS까지-

    이렇게 해서 고작 3점, 5점 앞선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이제 그러면 더 악랄하게 아이들을 스파르타 식으로 가르쳐야겠다 하실분이 있으실 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제가 예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 입니다.

    또 한가지는, 이 아이들이 대학교에 진학하면 어떻게 되나요? 다들 놀기 바쁩니다. 축제 축제 축제- 그리고 매년 반복되는 MT, OT가서 죽는 사고- 15세까지는 세계 최고를 달리던 아이들이 대학교만 가면 다들 어디로 사라진건지 보이질 않습니다. 정상적이라면, 저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교를 가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학교 수준도 전세계 최고 수준이 되어야 맞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요?

    아이들을 그렇게 닥달하고 붙잡아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나쁘게 얘기하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할 아이들은 다 하고 안 할 아이들은 안 합니다. 학원에 보낸다고 다 공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겁니다.

    그러니 더더욱이나 아이들이 직접 흥미를 가지고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조금도 그런 배려가 없다는 점이 속쓰립니다.

    ------------------------------------------------------

    현실적으로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사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맞는건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교육이 너무나도 잘 못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아이들 답지 못하게 자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에는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사회 분위기가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하기도 전에, 스스로 어떤 판단력을 가지기도 전에, 먼저 학원에서 수동적으로 읽고 따라하는 것부터 배웁니다. 그리고 못 하면 마치 사회적 낙오자가 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듭니다. 그래서 결국 아이들은 자살까지도 하게 됩니다. 매년 수능 때마다 반복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죠-

    대학생들도 보면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제 친구 중 하나가 얼마전 제게 이런 말을 해 왔습니다.

    "이제 정말 자기가 뭘 잘할 수 있는지, 뭘 좋아하는 지 알것 같은데 너무 늦어서 시도하기가 겁이난다"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 입니다. 공부는 교과서, 문제집에 나와 있는 것이 다 가 아닙니다. 실제로 살다 보면 현실과 이론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때로는 직접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이 더 크게 오래 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요-

    오로지 단편적인 암기 실력으로 아이들을 1위부터 꼴찌까지 줄 세운 후 일정 이하 아이들은 아예 관심 밖으로 둡니다.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 한번 가서 보세요. 반 가량은 잔다고 보면 됩니다. 이 아이들은 누가 이렇게 만든건가요?

    핀란드에서는 단 한명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일제 고사도 최소화 시켰습니다. 성적표에도 등수가 표기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포커스는 모두를 다 커트라인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커트라인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성공할 수 있도록, 안 되는 아이들에게는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집중 투자를 했습니다. 그 결과 PISA 조사 최상위권 랭크는 물론 동시에 세계에서 학생들간의 학력 격차가 가장 적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핀란드의 방법이 철저하게 옳다거나 우리도 무조건 저렇게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테스트 결과와 다른 나라의 경우를 살펴 보면 우리나라의 교육이 분명 잘못되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자원이 없습니다. 오로지 사람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도 한데, 지금 이 순간에도 막중한 부담감 속에서 단편적인 학습에 찌들어가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어느 누구 하나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현재로써는 누가 나서기도 참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만이라도,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 단 한시간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순히 책 덮고 놀게 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아이들과 한번이라도 눈을 마주치고 진지한 이야기를 해 봤으면 합니다. 단순히 공부 하는데 어려움은 없니 이게 아닙니다. 어떤 테마도 좋습니다. 아니 테마가 사실 없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냥 같이만 있어줘도 큰 힘이 됩니다. 그냥 이야기를 듣고만 있어도 도움이 됩니다. 함께 바람도 쐬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함께 이야기도 하고- 그런 시간을 조금씩이라도 만들어 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시험 한번 성적 안나왔다고 아이들 잡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든 과목을 다 잘하면 사실 그 아이가 더 이상한 것입니다. 다 잘하면 학교를 다닐 필요가 없죠 사실. 다 알면 뭣하러 배우나요. 모르기 때문에 아이인것이고, 실수를 하기 때문에 아이인 것입니다. 그것이 또 아이들이 가진 특권이기도 합니다.

    서로간에 힘빠지는 노력을 하고 고작 3~5점 차이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우리 아이들 충분히 훌륭하게 키워 낼 수 있습니다. 인구 500만의 핀란드, 700여년간의 식민지배를 받은 핀란드도 해 냈습니다. 우리가 못 할 이유는 없습니다.



     아이들의 인격 형성은 바로 어른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점 꼭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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