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발화 사태, 소비자는 공부해야 한다 :: AMUSEMENT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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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폰 발화 사태, 소비자는 공부해야 한다
    IT 분야 2010. 7. 26. 20:02
    요즘 아마 어느 포털 사이트를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기사 중 하나가 아이폰 발화 소식일 겁니다. 충전 중에 충전 단자 부분과 아이폰 아랫부분이 일부 녹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고, 애플 본사 측에서 충전 케이블의 불량을 확인하고 제품 교환을 실시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국내에서는 애플케어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뭐가 달랐을까요-

    그런데 웃기는 사실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KT에서 무상 수리 불가 대상이라고 밝힌 이유를 제대로 확인하기도 전에, 사용자가 정확하게 어떤 환경에서 사용중에 문제가 터진 것인지 확인 하기도 전에, 제목만 보면 마치 아이폰이 불에 활활 타올라서 큰 일이라도 당한 것처럼 기사가 나갔고, 포커스는 사용자가 충전중에 제품에 발화가 나타났는데 단순히 KT는 무상 수리를 거부했다는걸로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러니 끝도 없는 카더라 통신이 난무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KT는 KT대로 또 해명을 해야 하고 여러가지 피곤한 일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거죠. 인스턴트 시대에 아주 인스턴트한 수준의 기사들이었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왜 무상 A/S 대상이 아니라고 했을까요- 

    그 곳에 핵심은 EULA와 jailbreak에 있었습니다. EULA란 End-User License Agreement 즉 최종 사용자 라이선스 동의라고 번역하는 그것입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제공자와 최종 사용자 (보통은 일반 소비자) 간의 사용 계약을 말하고 아주 쉬운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화면입니다

    정말 많은 사용자들이 아무 생각 없이 Next 버튼을 누르지만 사실 굉장히 중요한 내용입니다.

    여기에는 최종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들어 있습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많은 수의 사용자들이 이 계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예를들어보겠습니다.

    오늘 전자 상가에 가서 정품 Mac OS X 혹은 Windows XP를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해서 집에 가지고 왔다고 합시다. 기분이 좋은 소비자는 기존의 물건을 구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내꺼"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쓰고 뜯어 고치기도 하고 재조립하기도 했습니다.

    별다른 점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단편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재화를 구입했을 때와는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해당 소프트웨어 자체가 소비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로 해당 소프트웨어의 제한적인 "사용권"만이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위의 예에서 "뜯어 고친다"는 부분과 "마음대로 사용한다"는 부분에서 라이선스 충돌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즉, 소프트웨어 제공자가 규정상 안된다 라고 하는 부분을 소비자가 할 수 있고, 이런 경우 명백한 라이선스 위반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소프트웨어 제공자는 해당 소프트웨어에 대한 보증을 하지 않습니다.

    가장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Windows XP의 사용권 계약을 살펴보시려거든 여기를 참조하세요

    아이폰 역시 사용권 계약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이튠즈를 최초로 실행하거나 업데이트 한 후에 아이튠즈 사용권 계약 동의 여부를 물어보듯, 아이폰에도 들어 있습니다. 다국어로 제공하고 있죠 애플은. 그리고 또 명시된 것 중 하나가 번역본에서의 해석 차이 발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 영문판을 우선적인 기준으로 한다 라고도 명시된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아이폰 소프트웨어의 사용권 계약을 다국어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 버전의 2단락 "허가된 사용권의 이용 및 제한" 중 (c)항목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귀하는 iPhone 소프트웨어나 iPhone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서비스 혹은 그 일부의 복사 (본 라이센스가 명시적으로 허용한 경우는 제외), 역 컴파일, 역공학, 역 어셈블, 소스 코드를 도출하려는 시도, 암호해독, 수정 또는 파생작업들을 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귀하는 이를 행하는 데에 동의하지 않으며 타인으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할 수도 없습니다 (단, 본 iPhone 소프트웨어에 포함된 오픈 소스 요소들을 규율하는 사용허가 약관에 의해 혹은 관련 법률이 명시적으로 허락하는 경우는 제외). 위와 같은 행위를 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Apple 및 그 iPhone 소프트웨어 라이센서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Jailbreak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명시된 바는 없지만 이미 "역 컴파일, 역공학, 역 어셈블, 소스 코드를 도출하려는 시도, 암호해독, 수정 또는 파생작업"이라는 부분에서 jailbreak가 허용되지 않음을 볼 수 있습니다. 

    영문으로 확인해 보면 

    You may not copy, decompile, reverse engineer, disassemble, attempt to derive the source code of, modify, or create derivative works of the iPhone Software, iPhone Software Updates, or any part thereof. Any attempt to do so is a violation of the rights of Apple and its licensors of the iPhone Software and iPhone Software Updates. If you breach this restriction, you may be subject to prosecution and damages.

    그러면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던지는 분들이 있을실 겁니다.

    "사용권 계약에 난 동의한 적 없는데?"

    설명서와 함께 들어 있는 사용권 계약 조항 한국어 부분 가장 첫머리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iPhone을 사용함으로써 귀하는 후술하는 Apple 및 제3자 약관에 구속된다는 점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박스 안에 써 있으면 어떻게 알아"

    아이폰 박스 뒷면에 보시면 정확하게 아래에서 5번째 줄

    "사용을 시작하면 상자 안에 포함된 Apple 의 소프트웨어 사용권 계약 및 타사업체 약관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이미 아이폰을 구매, 개봉, 사용과 동시에 이 계약에 동의한 것이라는 점이죠-

    "그럼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 아닌가요?"

    귀하의 iPhone을 사용하기 전에 또는 본 라이센스에 수반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다운로드 하기 전에 반드시 본 소프트웨어 사용권 약관 (이하 "사용권") 을 유의하여 읽어 주십시오. 귀하가 iPhone을 환불 정책에 따라 반환하지 않는 한 귀하는 iPhone을 사용하거나 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다운로드 함으로써 본 사용권 약관을 준수할 의무가 있음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만일 귀하가 본 사용권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시면 iPhone을 사용하거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다운로드하지 마십시오. 귀하가 본 사용권약관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귀하는 http://www.apple.com/legal/sales_polices/에 명시된 Apple의 환불정책에 따라 반환기간 내에 iPhone을 구입한 Apple스토어나 허가받은 유통업자에서 환불을 위하여 반환하실 수 있습니다

    -----------------------------------------------------------------------------------------------------

    jailbreak를 했기 때문에 사실상 사용자가 보상 받을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라이센스 위반이기 때문이고 따라서 애플에서도 해당 제품에 대한 보증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혀 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아이폰의 발화 사건이 jailbreak와는 무관한 아이폰 하드웨어의 자체 결함임을 증명할 수 있다면 소프트웨어 사용권 약관과는 별도로 부분적으로라도 보상 받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의 주장에 따르면 jailbreak를 할 경우 과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적 오류, 보안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이미 여러차례 공언한 만큼 쉽지 않은 길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제 4.1 업데이트부터는 jailbreak후 다시 순정 소프트웨어로 돌아와도 기록이 남는 워터마크를 도입하는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개발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지적 재산을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은 당연합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해당 라이센스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구매하지 않으면 바로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계약에도 동의해야 하는 것입니다. 

    계약 자체가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경우?

    관계 기관에 해당 계약이 불공정한지 여부를 심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범죄에 대한 용의자도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말 그대로 "용의자"일 뿐인것처럼, 심사 후 최종적으로 어떤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해당 라이센스는 유효합니다. 지금이라도 아이폰을 구매하고자 하시는 분들, 혹은 앞으로 나올 아이폰 4를 기다리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사실상 모든 제품 구매시 소비자는 이런 부분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관심을 가져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생산자도 소비자를 일일이 따라 다니면서 모든 항목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그럴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소비자는 더욱 더 신중하게 제품을 고르고 사용권 계약을 읽어 봐야 하는 것입니다.

    아주 단순하지만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Next 버튼만 누르지 마시고, 아무 화면에서나 그냥 막 "동의" 선택하지 마시고, 한번 더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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