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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택소노미] 원전의 친환경 인증? No! - 세부 조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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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소노미란?

 요즘 정말 많이 들리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택소노미 (Taxonomy)'가 아닐까 합니다. 단어 그대로를 따지면 순서, 정렬 (영어로 order)을 뜻하는 그리스어 taxis와 법칙, 과학 등을 뜻하는 nomos가 합쳐진 말인데, 분류체계라고 하는 표현이지만, EU택소노미 같은 환경적인 부분에서는 이를 우리말로 '녹색분류체계'라고 번역하고 있고, 이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 변화 적응, 물의 보전, 자원 순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의 다양성 보전 등의 환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이른바 녹색경제활동을 분류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환경적인 목표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 자체가 인권, 노동, 안전, 반부패, 문화재 파괴 등의 관련 법규를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 또한 충족할 경우에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 됩니다. 참고로 환경적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배제한다는 의미로 이들을 배제기준이라고 말하고, 조금 전에 언급한 인권, 노동, 안전 등에 대해서는 보호기준이라고 표현합니다.

 

 그 가운데 특히 우리는 '에너지' 부분에 대한 택소노미 이야기를 많이 접하고 있는데요, 원자력 발전이 '녹색경제활동'에 포함 되느냐 마느냐가 초유의 관심사였죠. 참고로 에너지 가운데 신재생 에너지 부분에서 태양전지,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에너지, 지열발전, 해양에너지, 도심형 풍력발전, 대형 풍력 발전 등은 모두 녹색분류체계 대상으로 포함이 되어있습니다만, 수소 에너지의 경우에는 수소 제조에 대한 일정 이상의 기준을 준수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포함됩니다. 이렇게 조건부 인정인 사례도 있다는 거죠.

 

 

유럽 의회, 원자력, 천연가스 택소노미에 포함

 유럽 의회는 2022년 7월 6일, 마침내 최종적으로 원자력과 천연가스 투자를 녹색투자로 인정하였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원전은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받은 것처럼 보이고, 또 많은 언론들은 세부내용 없이 그렇게만 보도하고 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전제조건

 원자력 녹색분류의 전제조건이 좀 많이 붙었습니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에 한해서 '녹색'이라고 하겠다는 겁니다만

 

[1]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는 일은 하기로 말하면 할 수야 있겠죠? 근데 반대로 말하면 2045년까지는 봐준다, 당장에 다 바꿀 수는 없으니...대신 그 이후부터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 소리와도 같죠.

 

[2]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갖추고 상세 운영 계획도 제출해야 한다

- 그 다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갖추는 일부터가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반감기가 수만년에서 수십만년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대해, 쉽게 말해서 핵폐기물 처리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인데, 이걸 누가 받아주겠냐는 겁니다. 그 어떤 지역에서도 이걸 받겠다고 하지 않죠. 당연히요. (무작정 원전 찬성하는 사람들은 자기 집 앞에 핵폐기물 관리 및 처리 시설을 두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 참고로 현재 유럽에서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갖춘 나라는 없습니다. 핀란드와 스웨덴에 건설 중이기는 하죠.

 

- 우리나라는 애초에 조건 자체가 미달입니다.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노심을 폐기하는 기능이 갖춰져야 하는데, 이걸 성공한 나라가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지금 건설 중인 원전에는 이런 기술 자체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러니 원전 수출이라고 하는 건 애초에 어불성설이고 말장난이죠.

 

[3]원전 폐기에 사용할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

- 건설뿐만 아니라 당연히 폐기시에도 돈이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원전 폐기에 사용할 기금도 사전에 마련이 되어야 합니다.

 

[4] 2025년부터는 사고저항성핵연료 (ATF)를 사용해야 한다

- 문제는 또 있습니다. 2025년부터는 더 안전하다고 알려진 사고저항성핵연료 (ATF, Accident Tolerant Fuel)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건 아직 상용화된 기술이 아닙니다. 개발중인 겁니다. 즉, 3년 안에 이게 상용화 되지 못 하면 다른 조건을 다 갖춰도 아무 소용이 없죠. 그리고 업계에서는 이 연료의 개발은 2030년 정도는 되어야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원전의 위험성만 강조된 택소노미

 이번 EU택소노미 과정에서 결국 더 강화된 세부 조건들로 인해서 원전의 위험성만 더 강조된 꼴이 됐습니다. 수많은 전제조건들을 갖추지 않으면 결코 인정될 수 없다는 걸 재확인한 셈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조건과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혹은 가려두고 원전은 안전하다, 친환경 미래 에너지다 라고 한다면 그건 명백한 여론 호도입니다. 

 

 또, 당장 핵폐기물을 내 집 앞에 보관한다고 했을 때도 이를 동의할 것인지, 우리 가족들이 먹고사는 곳 앞에서 방사능 유출 우려가 큰 고위험 시설을 설치한다고 해도 환영할 것인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 당장 쓰레기 매립지 하나 확보 하려고 해도 온 동네 주민들이 다 들고 일어서는데, 하물며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폐기물 처리 시설 들여온다 하면 가만히 있겠어요? 

 

 

마치며

 친환경적이고, 현세대와 미래세대에게 해가 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다만 하루 아침에 그걸 100% 달성할 수 없으니 단계적으로 밟아가는 것이 옳은 길이죠. 우리는 이미 심각한 지구 온난화와 그로 인한 이상기후, 생태계 파괴 등을 온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급격한 자연환경의 변화로 죽어가는 생물들도 많습니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다음 차례는 바로 우리들입니다. 우리가 운 좋게 그걸 빗겨간다고 하더라도, 다음은 우리 아이들 차례가 되겠죠. 아이들에게 더 안전한 삶의 터전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금부터 대비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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