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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에 직접 참여 해 보니

주저리 주저리

by 후레드군 2016. 4. 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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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죠.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최종 결과를 보고 희비가 엇갈린 사람들이 있었고, 기뻐하는 유권자와 안타까워 하는 유권자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새로운 국회를 이끌어갈 국회의원들을 뽑아 놨으니 더 열심히 일하고 봉사할 수 있게 지켜보고 응원하기도 하고 질타도 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몫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투표로써 의사를 표현하지만, 정작 투표를 하는 과정이 너무나 빠르고 단순해서 내부적으로는 어떤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각종 음모론도 등장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직접 국회의원 선거 개표작업에 참여 해 보고 난 후기를 여러분들과 나눠보고자 합니다.





개표 지정 장소 방문 및 사전교육


각 지역별 선관위에서 중고등학교 등의 강당이나 혹은 동사무소 (주민센터) 등을 빌려서 개표를 진행했는데, 제가 간 곳은 서울 서초구의 양재고등학교였습니다. 처음 학교 교문 근처에 지나갈 때만 해도 경찰이 2~3명 정도 뿐이 보이지 않아서 농담삼아 '이 정도면 그냥 들어가서 다 털고 와도 모르겠다' 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돌아서서 학교 안에 들어가니 경찰이 아예 운동장과 강당 전역에 쫙 깔려서 바글바글 하더군요 ^^;


강당 입구에서는 개표 및 참관으로 등록된 사람들이 모여서 신분증 대조를 통하여 본인 확인을 하고 목에 거는 형태로 된 큰 이름표를 착용하고, 참관인은 밝은 초록색 조끼도 추가로 입어서 바로 눈에 띄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유효표와 무효표를 구분하는 기준 등을 상세하게 안내 받았고 자리마다 해당 내용을 정리 해 놓은 안내서도 추가로 비치 해 두어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지정된 명찰을 늘 착용하고 있어야 했고, 개표장 문 앞은 경찰들 여럿이서 지키고 서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언론 취재의 경우에도 개표장이 아니라 2층에서 촬영하도록 하여, 개표 자체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차단하려고 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참고로 참관인의 경우 일반인도 있었지만, 각 정당에서 보낸 사람들도 있었고 무소속도 있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얼마든지 사진 촬영을 허용했고, 전부 다 공개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제가 앉아 있었던 자리입니다. 제가 맡은 일은 앞의 부서에서 기계적으로 분류한 표를 전수 재조사를 하면서 유,무효표를 가려내고 분류가 잘못된 경우 다시 바로 잡는 그런 역할이었습니다.



선관위에서 공지했던 것을 다시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정확하게 유,무효표를 걸러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경우의 수가 굉장히 많아서 피곤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행히도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정확하게 투표 해 줘서 일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개표 시작





개표 담당자들이 전부 자리에 앉아서 대기하는 사이 오후 6시반쯤이 되자 각 투표소에서 투표용지함이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착한 투표용지함은 경찰의 감시 하에 지정된 인원들이 개표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 왔고 모두 공개된 장소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전원이 헌법정신에 입각하여 바르게 일에 임할 것을 선서 한 후에 개표가 선언 되고, 드디어 투표용지함을 책상 위에 올렸습니다. 이때 참관인을 비롯한 선관위 직원 등이 함께 모여 투표용지함의 이상 유무를 확인 하였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봉인지를 뜯고, 금속 잠금 장치를 니퍼로 끊어냈습니다. 그리고 책상에 소중한 투표용지를 조심스럽게 꺼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8명에서 10명 가량 되는 사람들이 흰색 투표용지와 초록색 투표용지를 각각 모아서 100장 단위로 고무밴드로 묶는 일을 했습니다. 참고로 투표용지함은 한꺼번에 다 여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자리에서 지정된 구의 특정 투표용지함을 하나씩 하나씩 열도록 하여, 표가 섞이는 일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어쨌거나 엄청나게 많은 양의 표를 다 종합하여 옆자리로 넘깁니다. 옆에서는 기계를 이용하여 투표용지를 종류별로 분류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 분류 작업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기기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정밀하게 표를 종류별로 구분해냈기 때문이죠. 이거 만든 회사는 아마 대박이 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났습니다.


그래서 제가 움짤로 준비했습니다 :-)




이게 이렇게 봐서는 별것 아닌것 같지만 순식간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표를 촤르르륵 분류해서 각기 다른 위치에 꽂아줍니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다시 같은 것끼리 하나의 묶음으로 왔는지 육안으로 전수 조사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분류로 된 표, 예를 들어 중복 투표나 미투표 등의 용지를 따로 분류하여 하나로 묶어 둡니다. 그리고 이게 제가 있는 테이블로 넘어옵니다.


제가 있는 자리에서는 이렇게 기계적으로 분류된 표들을 다시 전수조사하면서 정확하게 같은 것끼리 모여 있는지, 유효표 가운데 무효표가 섞여 있지는 않는지, 무효표 가운데 유효표가 있지는 않는지 재분류 하고 검토하는 일이 이루어졌습니다. 굉장히 피곤했죠 ㅠㅠ




기계로 일단 넘어온 표들을 다시 세면서 정확한 갯수가 맞는지 확인! 그리고 각 표에서 유,무효표를 판별해내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정말 철저하게 했어요. 눈알이 빠질 것 같았다구요 ㅠㅠ


그리고 여기에서 최종 확인된 한 바구니 (한 통의 투표용지함 양입니다) 를 선관위 측으로 넘기면 그쪽에서 다시 전수조사를 합니다. 그리고 최종 이상없음이 확인 되면 현장에서 바로 결과표를 공지사항으로 내걸어서 누구나 볼 수 있게 합니다. 이 과정을 모든 박스를 다 오픈할 때까지 진행한 것이고 다 끝내고 집에 오니 새벽 4시반이더군요 (......) 정말 엄청 힘들었고 그래서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고 무한대로 쉽니다 ^^;







음모론 따위 발 붙일 곳이 없었던 현장


그 동안은 선관위가 잘 했고 못 했고를 떠나서 어쨌든 음모론이 존재했고, 부정 선거 내지는 개표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둥, 혹은 투표용지함을 옮겨오는 과정에서 차에서 조작을 한다는 둥 별의 별 소리가 다 있었죠. 물론 저도 일부 사실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개표과정에 참여 한 사람으로서 이제는 조금도 이런 논리에 동의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의견이 엇갈려도 직원과 참관인 등등 각종 관계자가 다 모여서 논의를 합니다




일단 쫓아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참고로 참관인은 일반인 뿐만 아니라 각 정당에서 보낸 사람들도 있고 무소속도 있고 기업인 등등 아주 다양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뭐만 한다 하면 우르르 몰려서 달라 붙어서 실시간으로 녹화도 하고 사진촬영도 하고 옆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다른 어떤 부정도 개입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투표용지함 하나 끝날 때 마다 결과 사진 찍고 보내고 하느라 계속해서 추적이 가능했죠.





시작부터 끝까지 숫자를 맞춰야 했습니다.


투표용지함 하나는 하나의 지역구 내의 한 투표소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여기에 발급된 투표용지가 몇 장인지 기록이 있어서 이것과 실제 들어 있는 투표용지 수를 세어 봅니다. 거의 다 일치하지만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예를 들어 투표를 하고 나서 투표용지함에 넣지 않고 개인이 가지고 간 경우, 혹은 투표를 잘 못했다며 가지고 나와서 타인에게 보여주며 물어보는 바람에 공개표가 되어 무효표처리 된 경우 등등이라고 합니다. 공개표의 경우 그 자체도 다시 봉인하여 넣고 무효표로 따로 분류 해 냅니다. 그리고 마치 회계원리 수업에서처럼 실제 들어 있는 표의 총 합계와 각 정당별 유효표의 총 합과 무효표의 총 합이 서로 일치해야 넘어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선관위로 넘기면 거기에서 또 실셈하여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다시 돌아옵니다.





실시간으로 결과가 공개 됩니다.


모든 과정을 통과하여 선관위로 넘어가고 그곳의 심사에서도 전부 통과하게 되면 그 일련의 과정이 마치 가계부를 보는 것 같은 표의 형식으로 벽보에 전부 다 공개 되었습니다. 그래서 실시간으로 각 투표용지함 마다의 상황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온라인 공개도 물론 했다고 합니다. 중간 과정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든지 찍으라고 하였고, 조금도 숨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어떤 형태로든 질문을 할 수 있게 했고, 조금이라도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나오면 선관위 직원들이 와서 중재를 하고 심사를 하면서 최대한 공정하게 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모든것이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 되었습니다.


2층에서는 방송국 카메라와 개인 카메라, 특정 단체에서 녹화하는 듯한 카메라 등등 실시간으로 전과정에 녹화되고 있었고 선관위의 카메라로 추정되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참관인들은 쉴새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오죽했으면 너무 심하니 좀 자제 해 달라고, 개표하는데 너무 신경 쓰일 정도라 힘들다는 의견까지 나왔을 정도입니다.





부적격자 출입금지도 있었습니다.


중간에 간식을 나눠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때 마치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처럼 타인의 명찰을 착용하고 들어오려던 신원 미상의 사람이 입구에서 경찰에게 제지를 당했습니다. 원래 명찰 주인이 간식을 자기가 대신 받으라고 했다고 주장하면서 들어가서 간식만 받아올 것이다 라고 이야기 했지만 경찰은 끝까지 출입을 차단 하면서, 간식을 받고 싶으면 명찰 주인인 출입 가능한 참관인이 들어가서 받아다가 가지고 나오면 그걸 받아 가라고 하였죠. (우리 경찰 화이팅) 





이런 사례도 있었습니다.


한 소수정당의 참관인이 기계 분류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여 한 라인에서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중간과정에서 합계 숫자가 잘 못 나왔고, 표 2장이 부족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저는 기계로 분류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도리어 사람 손이 닿으면서 더 복잡하고 부정확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한 시간 전 박스부터 전량 회수하여 처음부터 다시 검수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결국 다 찾아냈지만 이의를 제기 하면 이렇게도 한다는 겁니다.





어쨌거나 마지막까지 그 어디에서도 의심스러운 정황은 찾아볼 수 없었고, 도리어 개표 및 검표가 엄청나게 힘들고 피곤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ㅠㅠ 정말 죽음의 하루를 보냈네요 ㅎㅎ








마치며


투표는 민주주의 시민사회에서 국민이 자신의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적법한 수단이자 소중한 권리입니다. 특히 이번에 20, 30대의 젊은층 투표율이 꽤 높아진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당을 지지하든, 어느 후보자를 지지하든 그것은 철저하게 유권자의 선택입니다. 다만, 그 선택권을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이번 선거 개표에 직접 참여 해 보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고, 국민들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이렇게 힘들에 일 하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었습니다.


끝으로 수많은 박스와 각종 짐들을 나르고 힘들게 일하면서도 제대로 앉지도 못 하고, 쉬지도 못 했던 대학 초년 알바생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분들이 있어서 일이 정말 수월하게 끝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중간고사도 있을텐데, 시험도 대박 나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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