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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시 관람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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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시 관람기

후레드군 2018.09.12 21:18


정말 오래 간만에 글을 씁니다. 그 동안 다른 일과 바쁜 일상으로 제대로 된 문화생활도 하지 못 하고 지냈는데, 이번에 프랑스 미술가이자 시인이었던 마크 샤갈의 작품전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여러분들도 바쁘시더라도 하루 정도 시간을 내서 문화생활을 꼭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마크 샤갈, 그는 누구인가


우리가 흔히 '색채의 마술사' 등으로 형용하는 프랑스 미술가 마크 샤갈은 사실 러시아 태생의 유태인이었습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등의 역사적 격동기를 겪으며, 그 안에서 유태인으로서의 설움 가득한 삶을 살아야만 했던 안타까운 사람이기도 합니다. 당대의 수많은 예술가들이 단명했던 것에 반해서, 마크 샤갈은 무려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는 등 작품의 성향 뿐만 아니라 그의 인생에서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시회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이번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시회는 이스라엘 예루살렘 박물관의 주관으로 열린것으로 국내에서 샤갈의 작품 진본 150점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도슨트 (Docent, 대학교 강사 혹은 박물관 등의 안내, 해설가) 정우철님의 해설이 함께 있었기에, 사전 지식이 적었어도, 혹은 경우에 따라서는 샤갈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무했더라도 그의 일생과 작품을 가슴 한 켠으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본 전시회에서는 사진 촬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찍은 사진은 없으며, 정우철 도슨트님 말씀을 빌리자면 '이번만큼은 작품을 사진에 담지 말고, 가슴에 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첫 작품 - au dessus de Vitebsk (비테프스크 위에서)




이번 전시회의 시작은 위의 작품 Au dessus de Vitebsk (비테프스크 위에서)로 시작합니다. 단순히 그림만 보더라도 독특한 모습이죠. 한 사람이 하늘에 떠서 걸어다니는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유태인이었던 샤갈은, 유태인으로서의 겪어야 했던 수많은 설움과 아픔 그리고 잊혀져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작품 속에 하나씩 하나씩 담으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도 '지붕을 걸어다닌다'는 히브리어 표현을 작품에 나타냈는데, 이는 '구걸하러 다닌다'는 의미를 가지고 합니다. 이후 수많은 그의 작품 속에서 촛대의 모양이나, 파스카 축제 식사 자리, 바이올린 등을 통해서 유태인들의 풍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의 영원한 사랑, 벨라



샤갈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것이 바로 그의 연인 Bella Chagall (벨라 샤갈) 입니다. 도슨트 정우철님의 설명에 따르면, 샤갈은 여성적이고 섬세했으며, 벨라가 오히려 남성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는 작품 속에서 여성은 남성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반면, 샤갈의 작품에서는 자신이 벨라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모습으로 많이 그렸다고 합니다.


실제로 위의 작품에서도 여성에게 기대어 쉬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을 통해서 샤갈과 벨라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다른 작품에서도 이런 구도는 계속해서 나타납니다.



벨라 위에 무등을 타고 있는 샤갈의 모습과 하늘의 천사를 본 것 같은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이름은 Double portrait au verre du vin (와인잔을 든 이중 초상화) 으로 벨라와의 결혼을 기념하여 그린 것입니다. 여기서 천사는 임신을 상징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두 사람은 딸 Ida (이다) 를 얻었죠. 이후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지만, 천사를 통해서 자신의 딸 이다를 표현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샤갈이 벨라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위의 그림에서도 나타납니다. 평범했던 어느 생일날, 벨라가 선물 해 준 꽃다발로, 이 날은 특별하고 행복한 하루가 되었고 하죠. 그래서인지 샤갈은 날아갈 것 같은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참혹했던 역사의 시대를 살았던 사걀


샤갈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은 물론 러시아 혁명을 비롯한 당대 참혹했던 격동의 시기를 핍박 받는 유태인으로서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작품 속에 사랑을 담으면서도 한켠에는 어둡고 침침한 마을과 어린양 등을 함께 그리면서 당대의 어두웠던 현실도 함께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도시의 모습은은 우울하고 짙은 파란색으로 그려지는 경우다 많았죠. 


그러나 그는 '사랑'으로 모든것을 이기고자 했고 이후에는 파란색을 단순히 어둡고 우울한 현실을 그리는데 그치지 않고 하늘의 색이자 신성한 색, 희망의 색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신의 사랑 벨라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그녀를 잃은 슬픔을 표현하는 색으로 파란색을 사용했죠.


"나는 많은 나라를 보았다. 나는 색채와 빛을 찾아 여러 길을 통해 세상을 돌아 다녔다. 진정한 예술은 오직 사랑 안에 존재한다."


이처럼 그에게 사랑은 자신의 작품을 가능하게 했던 원동력이었고, 그것으로 세상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 샤갈은 종교적인 신념도 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성서를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는 마르지 않는 샘'으로 여겼다고 하며, 유년 시절에는 성서에 나오는 신비한 모습들을 상상하며 화가로서의 꿈을 키워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사진을 두고 신의 신성한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그림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위의 작품은 하느님으로부터 10계명을 받는 모세를 그린 작품입니다. 모세의 머리 위에 있는 것은 뿔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에서 성인 등을 표현할 때 그리는 후광을 나타낸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오른쪽 상단의 부분입니다. 마치 한 귀퉁이를 물감으로 덮어서 가려놓은것과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 이는 유대교의 풍습과 관련이 있습니다. 유대교에서는 하느님의 형상을 그리는 것이 금기시 되어 있다고 하고, 그래서 구름의 형태로만, 그리고 손만 내밀고 있는 형태로만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다른 수많은 작품에서도 하늘에서 손만 내밀고 있는 모습들이 나타나는데 이는 모두 하느님을 뜻한다고 합니다.







마치며


이번 샤갈 작품전은 단순히 그림을 본다는 것 그 이상으로 매우 큰 가치를 가져다 준 시간이었습니다. 샤갈이 직접 만든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는 도독일 도시에서 수 년간 살았었지만, 그 당시에는 몰랐던 그의 작품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죠. 


150여점의 작품 가운데 무의미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고, 그 모든 작품에 대해서 다 설명하기에는 당연히 무리가 따릅니다. 그러나 제게 큰 감명을 준 굵직굵직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몇 개를 소개 해 드려봤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수많은 배경 설명과 함께 한 시간 가량 끊임없이 이야기를 전해주시고 누구보다도 샤갈이라는 작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보여주신 정우철 도슨트님 덕분에 이번 작품전은 더욱 더 특별했고, 이 글을 보시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자리를 통해서라도 꼭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샤갈의 작품들은 프랑스 니스와 이스라엘을 등지에 그대로 남아서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울림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참혹한 시대에도 한 송이 꽃을 피우고자 했던 그의 '사랑'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샤갈, 러브 앤 라이프 라는 전시회 제목과 함께 그렇게 사랑을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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