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을 개신교가 반대하는 현실, 너무나도 안타깝다
요즘 뜨는 기사들을 보면 이른바 '차별금지법' 가지고 말들이 많습니다. 이거에 찬성하느니, 반대하느니 해가면서 서로들 목에 핏대를 세우면 자신들의 주장을 이야기 하고 있죠. 이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우리나라의 차별 금지법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겁니다. 막연하게 '차별 금지하는거 아니냐?' 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의 차별 금지법
우리나라의 차별 금지법은 그 기반을 당연히 헌법에 두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권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이다. 모든 인간은 어떠한 사회적 환경에서도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똑같고 평등한 존재라는 것은 민주주의사상의 가장 본질적인 내용을 이루는 것이다. 그래서 근대 헌법은 예외 없이 평등권을 인정한다. 대한민국헌법도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 경제적 · 사회적 ·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1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법앞의 평등이란 헌법 · 법률 · 명령 · 조약 등의 내용에 적어도 불평등한 사항이 규정되어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이다(법앞의 평등의 항 참조).
사회적 신분이란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를 말한다. 기타 명문규정은 없으나 연령 · 재산 · 교육 등에 의한 차별도 물론 금지한다. 그러나 연령이나 능력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것은 합리적인 차별로서 허용된다. 우리 헌법은 지금까지 현저한 불평등이 존재했던 혼인과 가족생활관계에 관하여 평등을 보장하기 위하여 헌법 제36조 1항(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의 규정을 두고, 또 교육을 균등하게 받을 권리(제31조 1항)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출처: 평등권 [平等權, equal right] (법률용어사전, 2011. 1. 15., 법문북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 한다' (헌법 제 11조 1항)
사실 이 한 구절만 가지고도 더 이상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논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할 수 없다는 내용을 이미 평등권에서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법 앞의 평등이라는 부분을 '헌법, 법률, 명령, 조약 등의 내용에 적어도 불평등한 사항이 규정되어서는 안된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차별금지법 자체를 반대하고 또 다른 형태로 차별을 명시화 하는 법령을 세운다면 이는 우리나라 헌법 정신에 근본적으로 위배되는 것입니다.
차별을 명시화 하기 위해서 개헌하자고 나서면 그건 정말 멍청함을 넘어서서 악랄하다고 밖에 표현을 못 하겠네요
차별 금지법은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 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전력, 보호처분, 성적 지향, 학력,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자 제정 시도된 대한민국의 법안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07년 10월 2일 입법이 법제처에서 예고가 되었으나 '의회선교연합'에서 성적 지향 등의 포함 여부를 두고 '동성애가 확산되면 안 된다고 교육할 수 없어진다'는 이유로 반대, 결국 법제처 심의에서는 학력, 성적 지향, 병력, 출신 국가 등 7가지 항목이 제외된 채 진행 되었습니다.
이후 내용은 다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표류하고 있으니까요.
근데 한 가지 심각한 오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정치과 종교가 분리 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국교 라는 개념도 없어요. 그런데 법안에 대해서 '의회선교연합'에서 반대를 하고 나온겁니다. 참고로 개신교 장로 내지는 상위 그룹에 속한 사람이 여기의 수장입니다. 애시당초에 의회에서 '조찬기도회'라든가 '선교' 등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집단이 나올 수가 없어야 정상이라는 말입니다. 그것이 개신교여서가 아니라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불교, 천주교 등 어떤 종교도 여기에 들어있지 않은 것은 바로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입법을 반대할 수는 있으나 그 집단이 의회에서 활동한다는 설정이 잘못되었다는 말이죠.
반대했던 내용도 참 무섭습니다.
학력, 성적 지향, 병력, 출신 국가.....이 논리대로라면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못 한 사람,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 한 사람들은 구분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조금 더 확대해석 해 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은 1등급 시민, 성균관대 한양대 출신은 2등급 시민, 서울권에 위치한 다른 학교 출신은 3등급 시민, 수도권 및 경기도권 출신 시민은 4등급 시민 이런식이 되는것이죠.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동성애 문제는 매우 민감하니 잠시 뒤로 미뤄두고, 병력과 출신 국가부터 보겠습니다. 병력.....아픈게 죄인가요? 아픈 사람들이 우리사회에 어떤 피해를 주었다고 차별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하나요. 혹은 전염병에 걸렸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 사람들을 도와서 그 당사자도 낫게 하고 사회적으로도 추가적인 피해가 없도록 해야하는게 정상 아닌가요?
'너는 전염병에 걸렸으니 길에 나오지마. 혼자 알아서 해. 그렇게 해도 된다고 했거든'
이런 식의 논리하고 뭐가 다른지. 출신 국가? 선진국 출신에 금발, 파란눈을 가지고 있으면 우대하고, 우리보다 조금 경제적으로 어렵고 외모가 출중하지 못 하면 차별한다는 논리인가요? 누구 머리에서 이런 식의 발상이 나오는지 참 놀랍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위의 이런 논리들이 전형적인 일제시대 일본군의 논리를 연상케 한다는 것.
그리고 동성애 문제
저는 동성애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반대하지도 않습니다. 수용하는 것이죠. 그럴 수 있다고 보는겁니다. 일단 동성애자들이 우리한테 피해를 준 것이 무엇이냐고 묻고 싶습니다. 흔히 그렇게들 이야기하죠. 게이라고 해서 나를 좋아하는게 아니고, 레즈비언이라고 하여 그 또한 나를 좋아하는게 아니다. 심지어 그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알아보고 산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어떤 물의를 일으켰고, 또 얼마나 큰 피해를 줬길래 가려낸다는 말인지.....구분은 또 어떻게 할건가요? 주민등록증에 이성애자, 동성애자 여부라도 표기해야 하나요?
개신교가 나서서 반대하는 현실
사실 이 부분은 굉장히 속상하고 말도 안된다고 느끼면서도 언급하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굉장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나라는 의사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입니다. 그들이 저와 다른 생각을 주장할 수 있는 것처럼, 저도 제 나름의 생각을 주장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건드리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일단 몇 가지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기독교' 라고 말하는 용어는 엄밀히 말하면 잘 못 활용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기독교란 그리스도교를 한자식으로 표현한 말로, 가톨릭 (천주교) 와 개신교 등을 통틀어서 부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기독교 하면 개신교를 뜻 하는 말이 되었죠. 오늘 이 자리에서는 정확하게 '개신교'라고 지칭 하겠습니다.
저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몇몇 부분에서 개신교와는 성경을 인정하는 부분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신앙과 같은 성경을 공유하는 집단에 속해 있다는 말입니다. 사실 그래서 더더욱 개신교의 차별금지법 반대를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천주교도 동성 결혼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사랑과 성, 결혼에 대한 교황님의 권고를 담은 '아모리스 레티티아 (AMORIS LÆTITIA)'에서는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성적 지향에 근거한 부당한 차별에는 반대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동성 결혼을 교리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우나 그렇다고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차별할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입니다.
신자로서 좀 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하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셨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셨다고 하고, 성자를 통해서 사랑의 결정체인 성부 하느님을 알게 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구세주는 이 땅에서 호사스러운 생활과 권력을 누리다가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고 피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을 안아주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마침내 사람의 손으로 그 분을 십자가에 못 박고 죽였습니다.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루카 23, 34) 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이는 1962년에 있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이념과도 일치합니다. 여기서는 쉽게 말해서 '교회 안에만 구원이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신앙을 가질 필요가 없다 혹은 무의미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생활을 하지 못 하더라도, 혹은 알지 못 하고 지내더라도 인간적으로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구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고, 또 이것이 예수님의 삶을 통해서 우리가 배웠던 것과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다른 집단도 아니고 교회가 나서서 차별을 이야기하고 편가르기에 앞장서는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정치인들과 함께 손을 잡고 더 많은 권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 더더욱 보기 싫습니다. 대형화 되고 사업체가 되면서 서로간에 재산 싸움하고,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하려고 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기 전에 자신의 부를 채우려고 하고,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늘 생색내려고 하고, 신앙인을 자처하면서 성범죄에 연루 되고.....
일부라고 주장하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아서 과연 일부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꼭 차별 금지법이어서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더 낮은 곳을 향해야 하는게 그리스도인이라는 사람들의 모습이어야 하지 않나요? 이 법에 찬성하라는게 아닙니다. 적어도 대놓고 반대하고 나서지는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게 제 생각이고, 더 큰 관점에서는 세상 모두가 손가락질 하더라도 이들만큼은 그 비난속에서도 먼저 작은 빛이 되어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저 안타깝고 또 안타까울 뿐입니다.